카멜레온의 두 번째 죽음을 준비하며...

2016. 5. 19. 10:48친구들

아래는.

2015년10월19일에 예전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이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니 밤 11시.

엄청난 양의 귀뚜라미를 비바리움에 풀어놓고.

미스팅이 며칠 동안 잘 작동한 것을 확인해서.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새벽 1시에 도착하자마자.

비바리움으로 달려갔다.

 

수컷 달콩이만 자고 있을 뿐.

암컷 알콩이가 보이지 않았다.

UVB를 키고 LED 플래시까지 동원해도.

찾을 수 없었다.

 

어딘가 있을 거야...라며.

사육장의 장식물을 따 뜯어내고.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찾았는데도.

보이지가 않았다.

 

사육장 밖으로 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평소에도.

먹을 것에 환장한 달콩이 녀석이 혹시 먹었나라는.

의심으로 카멜레온 동족 포식을 검색해봤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가.

연못 속 구석에서 둥글게 말고 있는 꼬리는 보는 순간.

정말.

미안하더라...

예전 생각이 나며 많이 미안하고 슬프더라.

내 밥은 안 먹어도 이 녀석 밥은 꼭 챙겨줄 만큼.

애정을 쏟았는데...

 




 

 

아침에.

식구들에게 하늘나라로 갔다고 이야기하니.

아직 잘 모르는.

작은 녀석은 기체처럼 증발해 버린 것으로 이해를 해서 억지로 유치원에 보냈다.

큰 아이와 아내는.

내 설명을 들으며.

펑펑 울더라...

(아내는 잘 안 먹는 알콩이를 늘 안쓰러워했다.)

 

큰 아이에게.

알콩이가 하늘에서 날개가 생겨 드래곤으로 변신한 후.

널 지켜주려면 니 방 앞이 좋을 것이라 말하니.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무덤을 같이 만들었다.

 






 

 

딸아이를 진정시킨 후.

암컷을 다시 입양하기 위해서라도.

왜 죽었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아야만 했다.

 

1.

파충류를 많이 키워보신.

분의 말처럼.

개체별 편차가 많다는 말이 제일 유력해보인다.

 

첫날부터.

수컷에 비해 먹이 반응도 계속 느린 편이었다.

또한.

달콩이가 3번의 탈피를 하는 동안.

죽은 알콩이는 1번의 탈피도 진행하지 않아서.

의아해하고 있었다.

 

2.

귀뚜라미를 먹다가 연못에 빠져 익사했을 가능성.

솔직히.

이 가능성을 제일 높다고 생각했는데.

물에서 건져낸 후 사진 속의 배를 보니.

움푹 들어간 것으로 보아.

죽어서 연못에 빠졌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나무에서 떨어진 경우를 보지도 못 했다.)

 

 

 

 

 

 

파충류의 죽음은.

개, 고양이 같은 포유류의 죽음과는 다르게.

느낌이 가벼울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입양을 결정했다.

그 생각을 알았는지.

알콩이가.

벌을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

 







2016년05월18일.


그후.

홀로 남은 달콩이는.

우리집 꼬맹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다가.

3개월 전에.

달콩이의 6번째 탈피가 끝나고.

눈 부위가 잘 안 벗겨지더니.

결국 눈을 못 뜬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도 소용이 없다.





카멜레온은 눈을 못 뜨면 밥을 못 먹기 때문에 죽는다.

그럼 밥을 억지로 먹이면 되니.

3일에 한 번씩 딸아이와 같이.

핸들링을 싫어하는 달콩이를 부여잡고.

강제 피딩을 하고 있어서.

알콩이 때의 아픔은 겪지 않고 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잘 살려보고 행복하게 키우자며.

딸아이와 으쌰으쌰했다.


동네 산책도 같이 나가서 놀고.

눈은 못 뜨지만.

내가 먹여 살리면 되니깐.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강제 피딩시 발버둥이 심했는데 얌전해져서.

핸들링에 익숙해졌나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3주 전부터.

발색이 안 좋아지고.

머리 부분이 검게되며.

먹이를 다 토해낸다.

귀뚜라미, 밀웜을 갈아서 주사기로 투여를 해도.

본인이 먹게끔 핀셋으로 줘도.

전부 토해낸다.



가족들에게..

달콩이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며 통보를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너 좋아하는 일광욕이나 같이 하자며.

옆에 놓고 물끄러미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데 진짜 얼마 안 남은 듯 하다.

...내가 니 아빠라 미안하다.









아래는 베일드 카멜레온 강제 피딩 방법이다.

머리의 뿔을 잡고 아래 턱을 잡아당기면 입을 연다.

그때 주사기에 칼슘, 비타민과 밀웜 등을 갈아넣고 투여를 하던지.

동영상과 같이 더스팅한 것을 핀셋으로 넣어주고 입을 닫으면.

잠시 후 식도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나와 같은 상황인 분에게 도움이 되어 카멜레온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예전 블로그에서.

카멜레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옮겨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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